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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Sci. Eng. > Volume 35(4); 2021 > Article
외근직 소방공무원의 반복적 사망사고 노출 경험과 극복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요 약

본 연구는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의 반복적 사망사건 노출 경험과 극복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여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교육 및 심리프로그램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천안 소재 A 소방서에서 구조 및 구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외근직 소방공무원 8명을 연구대상자로 선정하여 심층 면담을 시행하였으며, 면담 결과를 Giorgi의 현상학적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사망사고 현장에서의 본인의 미숙한 대처로 인한 아쉬움과 미련, 어찌할 수 없는 사망사고 현장에서의 안타까움과 미안함, 두렵고 공포스러운 감정 경험, 감정반응을 차단함, 감정 불능의 경험, 불안감의 확산, 직면의 중요성 깨달음,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 깨달음, 가족·동료들의 공감과 위로가 주는 힘 경험, 직업적 소명 의식의 중요성 경험이라는 10개의 본질적 주제가 도출되었다.

ABSTRACT

The cor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vide useful information for educational and psychological programs for outdoor fire-fighters by comprehensive analysis of their repeated experience in exposure to fatal accidents and overcoming them. To this end, eight outdoor fire officials in charge of rescue and emergency affairs were selected as subjects of the study at a fire Station in Cheonan and conducted in-depth interviews. Subsequently, interview data were analyzed through Giorgi’s phenomenological analysis method and 10 essential themes were derived as followings; the sorriness and regret of his inexperience at the scene of the fatal accident, the painfulness and sorriness for the inevitable fatal accident, a frightening and trembling emotional experience, the blocked emotional response, an emotionless experience, the spread of anxiety, the realization of the importance of confrontation, the realization of the importance of time to escape stress, an experience in the power of empathy and comfort from family and colleagues, and an experience in the importance of professional calling consciousness.

1. 서 론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최 일선에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투입되는 이들이 바로 소방공무원들이다(1). 소방공무원이란 화재를 예방, 경계하고 진압하는 일을 직무로 하는 국가직 공무원으로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화재, 구조, 구급 등과 같은 현장 출동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각종 사고와 재해로 인한 응급상황에서 인명 구조, 부상자의 응급처치 및 병원이송, 화재진압, 재난수습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2). 이 때문에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일반 사람들이 자주 겪지 않는 화재·구조·구급 등과 같은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투입되고 있다. 또한 항상 위험이 도사리는 사고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장면들을 목격하기도 하며 자신의 능력을 초월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3).
특히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상황 중 하나는 바로 사망자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화재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불에 탄 시신, 교통사고 현장에서 보게 되는 심하게 훼손된 시신, 자살 현장에서 목격하게 되는 부패가 심한 시신 등과 같이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현장 활동에서 반복적으로 다양하고 참혹한 사망사고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소방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방공무원이 연평균 7.3회 정도의 심리적 외상 유발 사건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외상 유발 사건의 대부분은 사망사고와 관련된 것이었다(4).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외상 사건 중에서도 구조대상자가 완전 심정지가 된 상황이거나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교통사고 현장, 또는 부패가 진행된 시신을 수습하는 현장 등과 같이 사망사고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다(5).
이와 같은 경험으로 인해 많은 외근직 소방공무원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러한 사망사건에 대한 지속적 노출로 인해 우울증, 공포, 음주 습관 장애, 수면장애, 무력감 등과 같은 다양한 정서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6). 심한 경우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까지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사망사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결과 소방공무원 48,096명 중 5.6%가 PTSD와 관련하여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29.9%는 음주 습관 장애, 4.6%는 우울증, 25.3%는 수면장애로 인해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4). 또한 일부 소방공무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소방청에서 발간한 ‘2020년 주요 소방 정책’의 내용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에 업무 관련한 스트레스 및 심리, 정서적 문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공무원은 56명이며 전체 직원의 4.9%인 2,453명이 자살 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외근직 소방공무원은 현장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망사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그 결과 각종 스트레스 장애, 음주 습관 장애, 우울증 등과 같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4). 하지만 사망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주된 관심사는 그 사건의 1차 피해자들이었고 사망사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묵묵히 맡은 책임을 다하는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을 뿐 외근직 소방공무원들 역시 사망사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 인해 다양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무시되어 왔다(6). 이처럼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사망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구가 부족한 것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의 정신건강에 해를 미치는 사건 경험과 그 영향력에 대한 연구들이 시작되고 있다. 가령 소방공무원의 외상 경험이 직무소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Shin(7)의 연구, 소방공무원의 외상후 스트레스, 회복탄력성, 사회적 지지가 외상 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Kang(8)의 연구, 소방공무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가 우울과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Kim(9)의 연구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대개 소방공무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에만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에서 사망사고 경험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면서도 실제 연구 내에서는 이를 단순히 외상의 한 유형으로 축소하여 인식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한 다른 변인들과의 관련성이나 영향력에 대한 양적 탐색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 그 자체에 관하여 다루는 연구는 전무하여, 그러한 경험 자체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반복적 사망사고를 겪은 소방공무원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질적 연구이며, 이러한 연구방법을 통해 반복적 사망사고를 경험한 소방공무원들의 경험을 생생히 파악하고 그들의 경험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양적 연구의 한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첫째, 직무 수행 중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는 경험이 처음 사망사고에 노출되었을 때의 경험과 비교하여 외근직 소방공무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둘째,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었음에도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셋째,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의 반복적 사망사고 노출 경험과 극복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이와 같은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교육 및 효율적 심리치료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2.1 현상학적 연구

본 연구의 목적은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이 현장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는 외상 경험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후 어려움 극복 과정을 질적분석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연구참여자들은 담당업무, 연령, 학력, 경제력, 근무 기간, 경험한 외상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의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에 대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따라서 질적 분석 방법 중에, 연구대상자들의 기술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살아있는 경험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Giorgi의 현상학적 방법을 활용하였다.
Giorgi의 기술적 현상학(descriptive phenomenology)은 인간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적 통찰을 통해 현상학에 이르는 접근을 시도한 것이며, 질적 연구방법으로 정립되었다(10). Giorgi 현상학의 특징은 인간이 경험한 것들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의 중점으로 두고 있으며, 연구참여자의 자연적 태도에서 유출된 경험적 구술을 판단중지와 자유 변경을 거쳐 기술하는 것이다(11). 분석 절차는 연구참여자의 기술문을 철저히 연구함으로써 경험의 의미를 생생하게 밝히는데 관심을 모으는 것으로 연구방법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 첫째, 연구참여자들의 진술 전체를 읽으며 일반적 인식을 얻는다(12). 둘째, 연구참여자의 전체 진술을 동시에 분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그것을 처리 가능한 단위로 분해한다(13). 연구자는 의미 단위를 구분하겠다는 구체적 목적을 가지고 다시 전체 진술을 읽으며 사고의 시작과 끝, 다시 말해 연구참여자가 본인의 경험을 나타낸 진술 단위를 중심으로 하여 의미 단위를 밝힌다. 셋째, 이전 단계에서 구분한 의미 단위를 학문적 표현에 가장 근접하게 변형한다(14). 넷째, 도출되어 나온 중심의미들을 일관성 있는 진술로 통합한다.

2.2 연구대상

본 연구를 위한 참여자를 모집하기 위해 천안 소재 A소방서 직원 중 현장 부서에서 근무하는 외근직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구 목적 및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내어 연구 참여를 희망하는 직원을 1차로 선정하였다. 그 후 반복적 사망사고 노출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외근직 소방공무원 중 외상 사건을 특히 많이 경험하는 부서에 근무하거나, 외상에 많이 노출되는 근무 연차, 연령대에 해당하는 직원을 2차로 선정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외상 사건 노출 빈도를 보여주는 2020년 소방청 자료에 따라 외상 사건 노출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구조 및 구급 업무 담당자, 근무 기간 14년 이내(1년~14년), 연령 25세 이상~44세 이하 대상자를 2차로 선정하였다. 또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었음에도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 2차 선정자 중 한국판 사건충격척도 개정판(IES-R-K) 테스트를 통해 25점 미만(정상 범위)에 해당하는 직원을 최종 연구 대상으로 선발하였다.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를 희망하였을지라도 언제든 참여를 원치 않을 시 중단할 수 있으며 면담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발생 시 즉시 면담을 멈추고 마음공감센터1)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이에 따라 최종 연구참여자의 선발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①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외근직 소방공무원, ② 구조⋅구급 담당자, 근무 기간 14년 이내(1~14년), 연령 25세~44세 대상자, ③ 사건 충격 척도(IES-R-K) 테스트 결과 정상 범위(25점 미만)에 있는 자, ④ 연구에 대한 설명 및 취지를 듣고 연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자
또 본 연구는 면담을 통한 자료 수집 전에 소속 기관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IRB No: AN01-20201221-HR- 001-01)을 받은 후 진행하였으며 면담 전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의 취지와 주의 사항, 소요 시간 등을 설명하였으며 연구참여자에게 면담의 모든 내용은 비밀 보장이 됨을 안내하였다. 그리고 연구참여자로부터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세부적인 정보(이름, 주민등록번호, 소속 등)는 수집하지 않았으며 동의하에 녹음된 자료는 연구자의 개인 공간에서 직접 필사한 후 분석 즉시 삭제하였고 논문에는 면담 참여자의 이름이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내용은 기록하지 않았다. 또 수집되는 모든 자료는 암호가 설정된 연구자 개인 USB에 저장되어 연구 자료에는 연구자 개인만 접근할 수 있었으며 연구 자료는 논문 작성에만 사용되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본 연구참여자로 8명의 외근직 소방공무원이 선정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인구학적 특성은 다음의 Table 1과 같다.
Table 1
Research Participant Information
Participant Gender Age Period of employment Level of education Marriage Job position
1 Male 32 6 Years University graduate Single Paramedics
2 Male 42 5 Years University graduate Married Rescuer
3 Male 34 2 Years University graduate Single Rescuer
4 Male 35 6 Years University graduate Married Rescuer
5 Male 33 4 Years University graduate Single Paramedics
6 Female 42 13 Years University graduate Married Paramedics
7 Male 39 10 Years University graduate Married Paramedics
8 Male 41 14 Years University graduate Married Rescuer

2.3 자료수집 및 분석

연구참여자들과 일대일 개별 심층 면담 진행하여 얻은 현상학적 텍스트가 본 연구의 자료이다. 자료 수집을 위한 면담은 2021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2개월간 수행하였으며,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이루어졌다. 면담 장소는 카페나 소방서 대기실 등 조용하고 비밀이 보장되는 장소 중 참여자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진행하였다. 면담 전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의 취지 및 주의 사항, 면담 내용에 대한 녹음 등에 대해 설명하였고 참여자의 동의서를 받은 후 실시하였다. 사망사고에 대한 경험이나 기억을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연구참여자들의 스트레스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윤리적 지침을 준수하여 면담을 진행하였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의 사생활 보호 및 비밀 보장을 위하여 연구참여자들의 이름은 모두 익명(번호)으로 처리하고 개인 정보가 포함될 수 있는 내용은 본 연구의 분석 자료에 포함하지 않았다. 둘째, 연구참여자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존중하기 위하여 회유 또는 강권 등을 일절 하지 않았고, 면담 시작 전에 다시 한번 자발적 참여 의사에 대해 확인하였다. 셋째, 연구 참여를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있음을 반복하여 고지하였다.
면담 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사용하였으며, 참여자에게 각자의 경험을 솔직하게 최대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관심 있게 경청하였다. 또 본 연구자는 연구참여자들의 답을 유도하거나 암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를 위해 개방적이고 반 구조화된 질문 형태를 면담 내내 유지하였다. 또 연구 현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 자료가 포화에 도달할 때까지 자료 수집을 진행하는 포화의 원칙을 적용하였으며, 8명의 연구참여자별로 평균 2회에서 3회씩, 한 회당 약 60 min 정도를 소요하였다. 면담 내용은 모두 사전 동의 후 녹음하였고, 이를 연구자가 전사한 후 축어록 형태의 문자 텍스트로 변환하였다. 축어록 변환은 연구참여자별로 면담 후 바로 수행하였고, 작성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불확실한 내용은 추가 면담을 통해 내용 확인 및 보완하였다. 덧붙여, 언어적 표현 이외에도 참여자들이 비언어적으로 표현하는 표정, 제스처 등의 부분 역시 기록하여 이를 분석에 활용하였다.
본 연구 자료 분석을 위해 Giorgi의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반복적 사망사건 노출 경험과 극복에 관해 본질적이고 공통적인 경험을 도출하고자 노력하였다. Giorgi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의 절차에 따라, 첫 번째 단계로 연구참여자들이 진술한 내용의 총체적인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연구참여자의 진술이 기록된 녹취록을 반복하여 읽었다. 또한 현재 소방공무원인 연구자가 반복적 사망사건 노출 경험과 극복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과 지식을 배제하고 최대한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통해 응답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녹취록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연구참여자들이 반복적으로 겪게 되는 사망사고 현장에서의 경험, 이로 인한 다양한 어려움과 스트레스,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관련된 경험 등을 전체적으로 이해한 후 녹취록을 천천히 다시 읽으면서 의미 단위를 구분하였다. 의미 단위를 구분하기 위해서 자료를 읽으며 연구참여자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핵심적인 진술과 단어를 표시하여 의미 단위로 정리하여 모아 보았다. 분류된 의미 단위의 적절성을 파악하고 놓친 핵심적인 경험을 찾기 위해 분류 후 자료를 반복하여 읽으며 의미 단위를 정리하였다. 이 과정을 거쳐 처음에는 189개의 중심의미를 도출하였으며 중복되거나 구조 밖의 것은 걸러내어 총 54개의 중심의미 구성하였다. 이러한 중심의미들을 바탕으로 총 17개의 드러난 주제를 찾아냈고, 이를 비교 및 분석하여 현상학적 의미로서의 본질적 주제는 총 10개를 구성하였다.
자료 분석 시에는 질적 연구 수행 경험이 있는 지도교수 1인, 또 다른 상담심리 전공 교수 1인, 상담심리 전공 박사 1인의 협의와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연구자가 녹취록을 반복적으로 읽고 이를 바탕으로 중심의미와 드러난 주제, 본질적 주제 목록을 도출하였고, 박사 1인과 녹취 자료 및 분석 자료를 공유하며 중심의미와 드러난 주제, 본질적 주제 목록 도출의 타당성과 적절성을 협의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 의미의 통합, 수정 및 재구성을 반복하였다. 그 결과 구성된 경험의 구조를 녹취 자료와 함께 지도교수의 검수를 받았으며, 검수 후 수정을 거쳐 최종적인 경험의 구조를 도출하였다.

3. 연구 결과

이 연구는 소방공무원으로서 다양한 현장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는 경험이 소방공무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와 이러한 영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한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반복적 사망사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외근직 소방공무원 8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고 면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54개의 중심의미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중심의미들을 바탕으로 총 17개의 드러난 주제를 찾아냈고, 이를 비교 및 분석하여 현상학적 의미로서의 본질적 주제는 총 10개를 구성하였다. 최종적으로 도출된 중심의미, 드러난 주제, 본질적 주제 목록은 다음의 Table 2와 같다.
Table 2
10 Essential Themes and 17 Exposed Themes
No. Essential themes Exposed themes Central meanings
1 Regret of his inexperience at the scene of the fatal accident Regrettable field experience - The continuing regret of having been unskilled and ineffective at the scene of the fatal accident
- Experiencing a sense of shame at the scene of fatal accident and death due to immature treatment
2 Sorriness for the inevitable fatal accident Every death makes us feel sorry - He/She doesn’t want to go back to the scene where the dead were children
- The experience of death accidents by a family member remains in mind
- Difficult to forget the guilt he/she felt at the scene of colleague’s death
- He/She can’t stop thinking about the scene where someone died after repeated suicide attempts
Situations making them feel sorry - Sad memory of not being able to take more effective action
- Sorriness after painful witnessing the dying process of a person in the middle of a field action
- Accidents in which the deceased’s family was at the scene of the accident are even more painful
3 Painful and frightening emotional response Fear in the terrible scene - Death scene from severe injury that would not be forgotten over time
- The fear that comes suddenly after all the busy work has been done
- The frightening memory of the first sight of a badly damaged body
Unforgettable fear - Continued fearful afterimage after witnessing decomposed or severely Damaged bodies at the scene
- The pain of the scene suddenly strikes against my will
4 Blocking their own emotional pain Just trying to deal with the scene calmly - Trying not thinking deeply about the body in the field
- Trying to be as indifferent as possible
- Thinking of the dead as complete strangers and blocking emotional responses
Brainwashing him/herself as a task - Thinking i am the only one who has to deal with it on the spot.
- Efforts to remain calm based on a professionalism in spite of fear
- Thinking this is just my job over and over again
5 Experience of emotionless Increasingly desensitizing to the scene of fatal accident - Blunted emotion and approaching death accidents as a task
- Gradually becoming dull of other people’s grief
- Trying not recalling the situation and feeling absent emotion
6 Experience of anxiety being generalized Anxiety about response - Anxiety arise at the every dispatch expecting another horrible scene
- Wish to see no horrible scene when dispatched
- Concern about the accumulation of stress after repeated exposure to death accidents
- Uncausible anxiety attack from repeated stress
Fatal accidents that affect everyday life - Reexperince of horrible situation regardless of my will
- Emotions at the site of death accidents continued after work
- Safety concerns develop
- Feeling empty about being alive
7 Realizing that confrontation is key to recovery Accepting the fatal accident he/she faced - Just accepting the inevitable reality and focusing on becoming a professional
- Preparing mind by envisioning future death scenes
- Assuming the worst situation to be encountered at the scene
- Trying to think that death accident is inevitable for fire-fighters to experience and that’s why fire-fighters exist
- Have a time of condolences alone in a quiet place for the dead after site cleanup
8 Realizing that fully stressless time is necessary Efforts to overcome through travel, hobbies, etc. - Efforts to relieve stress from death accidents through travel or hobby
- Trying to keep myself busy or find something else to focus on
9 Experiencing sympathy and comfort from family and colleagues Relying on seniors, colleagues, and family - Encouraged by advice from seniors who have overcome difficulties
- Encouraged by the support of colleagues and family
- Comfort and being empathized through conversation with family and colleagues
10 Overcoming through the promotion of vocational calling Promoting professional pride - Feeling proud to do something that can help the people directly
- The reward and joy i feel when i save people makes me love my work more and more
- My efforts are recognized by the organization, which gives me more confident
Increasing professional responsibility - Making every effort to reduce the feeling of sorry for the person who died
Working harder to take responsible measures as a fire-fighter
Using it as an opportunity to improve on-site response - Having wider view by repeated accident management
- I think i can respond professionally without embarrassment to any death accident scene afterwards
- By sharing experiences with colleagues, i can create an more effective way to handle the fatal accident
- Taking the accident handling experience as an opportunity to improve my professionality
- I can understand the meaning of the accident from the eye of victim’s family
Promoting confidence - Promoting the belief that no one can replace my work
- I’m proud of myself for overcoming and growing after experiencing repeated death accidents
- Increased confidence throughout my life

3.1 사망사고 현장에서의 본인의 미숙한 대처로 인한 아쉬움과 미련

연구에 참여한 외근직 소방공무원 대부분은 첫 사망사고를 임용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초보 소방공무원일 때 사고 현장에 투입되면서 경험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구조 활동이나 심폐소생술과 같은 처치에 있어 미흡함을 느꼈고 당시 느꼈던 미안함이 지금도 그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되살아난다고 하였다. 즉 처음 사망사고를 경험한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미숙한 현장 조치로 인해 아쉬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그러한 감정과 당시의 장면들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떠올라 그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사망사건은 아마 제가 임용되고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어요. 제가 구급대원으로 들어와서 심폐소생술을 처음 했던 환자였는데, 처음 들어와서 아무것도 적응이 안 돼 있던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제가 너무 미숙하고 못 했다는 기억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때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차에 치여서 돌아가셨는데, 현장에서는 사망 판정을 못 내려서 심폐소생술을 계속했는데, 이미 가슴 쪽이 함몰되시고 가망이 없겠구나 싶었는데, 제가 너무 현장에서 미숙해서 많이 못 해 드린 거 같아서요. 미안한 마음도 들고, 첫 사망사건이기도 하고 해서 지금까지도 당연히 기억이 나더라고요.
(연구참여자 1)

3.2 어찌할 수 없는 사망사고 현장에서의 안타까움과 미안함

연구참여자들을 특히 안타깝게 만드는 사망사고는 구체적으로, 사망자가 어린이거나 동료인 경우, 가족에 의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이었다. 즉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위와 같은 사망사고 현장에서 안타까움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였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참여자 중 한 사람은 자신의 동료가 사망한 사고 현장에 투입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너무 심해서 여전히 마음이 힘들다고 하였다. 이러한 연구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해 사망사고와 사망자들을 거의 일상처럼 접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도 더욱 아프고 힘든 기억으로 남아 계속해서 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유린하는 사건들이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교통사고 출동을 나가서 현장을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구급대원이 그러더라고요. “야 우리 직장동료야.” “우리 직원이야.” 막 이러는 거예요. 그 순간 진짜 영화처럼 딱. 뿌예지면서 그 차만 보이는 거예요. 다친 사람이 저랑 같이 근무도 했었고 제 선배였거든요. 차는 완전히 다 찌그러져서 있는 거예요. 그때 제가 구조해서 직접 구급차에서 CPR을 했어요. 저도 피투성이가 되고 병원에 갔는데 그분이 가정사가 있어서 사망선고 들을 가족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사망선고도 제가 받았거든요. 저는 이 이야기를 못 했어요. 아무한테도, 한 5∼6년 동안은 저 혼자 담아두고 산 거죠. 죄책감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제가 못 살린 것도 아니고 제가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연구참여자 8)

3.3 두렵고 공포스러운 감정 경험

연구참여자들은 출동한 현장에서 참혹함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들은 그 당시 목격했던 장면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 떠올라 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즉 그들은 과거 출동했던 사망사고 현장을 지나게 되거나 당시 상황과 비슷한 출동 현장에 나가게 되면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했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많은 소방공무원들이 출동 현장의 참혹함 등으로 인해 두려움과 충격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장면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금 떠올라 그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가 기억이 좋은 건지 사고 현장 주변만 가면 그때 상황이 완전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나요. 사고 현장 주변에 가면 여기서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다 기억이 나고 그러다 보니 제가 사는 지역 내에서 좋은 기억이 거의 없는 게 단점인 거 같아요. 지나가다 보면 좋은 기억이 떠올라야 하는데, 저기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죽은 데, 여기는 어떻게 죽은 데, 이런 게 계속 떠오르니까. 이게 힘든 거 같아요. 저희끼리는 농담 삼아서 나중에 나이 먹고 은퇴하게 되면 다른 지역 가서 살아야겠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연구참여자 4)

3.4 감정반응을 차단함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다양하고 참혹한 사망 현장에 반복적으로 출동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의 누적, 두려움, 잔상 등과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들이 사망 현장을 마주하게 되면 담담하게 현장 처리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 있을 때는 최대한 심리적, 감정적 동요를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 때문에 되도록 시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또 이 사망자는 나와는 상관없는 처리의 대상이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며 현장 처리에만 일부러 몰두하였다. 즉 현장에서 처리에 집중하는 순간에는 시신을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시신의 잔혹함으로 인한 공포 등을 의식적으로 차단하며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후 처리가 완료된 후에는 현장에 대한 기억, 특히 특정 장면에 대한 잔상 등으로 인해 그때부터 감정적, 심리적 동요가 나타나게 되고 그 결과 출동했던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망 현장에서 심하게 훼손된 사체를 보거나 하면 두렵긴 해요. 근데 어차피 계속 봐야 할 일이고, 이런 거로 제가 어려움을 겪으면 소방관 생활하기 어렵고 이걸 그냥 직업이라고 생각하니까 좀 덜 와 닿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스스로 보호막을 치는 거 같아요. 그런 것을 봄으로 인해 제가 충격을 받지 않게끔 ‘이건 일이다.’, ‘이건 볼 수밖에 없는 거다.’라는 생각을 계속하는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3)

3.5 감정불능의 경험

연구에 참여한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다양한 사망사고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누적됨에 따라 처음 현장에서 느꼈던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의 감정이 줄어들고 있었고 사망사고에 대해 무덤덤해지고 업무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또한 연구참여자들은 사망사고 현장에서 사망자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호소하는 슬픔의 감정에 인간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신의 인간성이 무뎌지는 것 같음을 경험하고 있었다. 즉 연구참여자인 소방공무원들은 모두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와 사망자를 접하게 되면서, 임용 초기와 같이 사망사고 현장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은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무덤덤해짐, 죽음에 대한 애도와 공감의 상실과 같은 자신의 비인간화 경험 등 자신의 인간성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감각이 무뎌지는 게 좀 있는 거 같아요. 뭐라 해야 하지, 희로애락이 있잖아요. 사람마다 슬픈 일이긴 한데 제가 더 한 것도 자주 보다 보니까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그것보다는 더한 것도 있어.’ ‘그것보다 더 심한 케이스도 많고 그것보다는 나아요.’ 뭐 이런 식으로 자주 말하는 거 같아요. 음…. 생각해보면 이전보다 다른 사람 슬픔에 약간 동조하는 게 둔해진다는 느낌…. 그건 좀 있더라고요.
(연구참여자 6)

3.6 불안감의 확산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의 반복적인 사망사고의 경험은 점차 자신들이 사망사고를 대하는 생각과 태도 등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들은 참혹한 현장을 또 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인해 출동 자체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또 그들은 반복적 사망사고 노출에 따른 누적된 스트레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되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응답하였다. 이외에도, 자주 사망사고를 경험하면서 이런 사고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안전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고 하였다. 즉 이러한 응답 결과를 통해 연구참여자들은 여전히 사망사고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었으며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은 소방공무원들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전히 소방공무원들은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망 사건들을 계속 접하면 그게 저도 모르는 사이 계속 쌓이는 거 같아요. 대화로 푼다고는 하지만, 한쪽에 계속 쌓이는 거 같아요. 이런 거로 인한 불안감은 지금은 없는데 지금은 건강하고 활동적이고 체력적으로도 왕성하니까, 근데 혹시 나중에 제 몸이 약해지고 뭔가 어떤 계기가 생기면 이게 나에게 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연구참여자 8)

3.7 직면의 중요성 깨달음

연구참여자들은 사망사고를 소방관으로서 겪어야 할 하나의 필수 과정이라 생각하고 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이들은 사망사고 현장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장차 겪게 될 다양한 사망사고 현장까지도 미리 상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한 현장 출동 시에는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이에 대해 준비를 하며 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들은 사망사고를 피하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나아가 좀 더 나은 현장 대응을 위한 자신의 역량 발전 계기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사망사건이라는 것은 소방관으로서 퇴직할 때까지 겪게 되는 과정 일부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소방관으로서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소방관으로서는 필수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직렬이잖아요. 저희한테는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인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8)

3.8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 깨달음

연구참여자들은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그들은 여행을 가거나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사망사고 경험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들은 퇴근 후에 여행이나 취미활동과 같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각자만의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사망사고 출동으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다시금 사망사고 현장에 출동할 힘을 얻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즉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를 각자만의 다양한 노력을 통해 해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르게 만드는 좋은 방법임을 알 수 있었다.
저 같은 경우는 운동으로 해소하는 것 같아요. 운동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다른 생각도 안 들고 하거든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몸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자기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야 할 거 같아요. 퇴근 후의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한 거 같고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 같이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2)

3.9 가족⋅동료들의 공감과 위로가 주는 힘 경험

본 연구에 참여한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이 도움을 청하고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는 가족, 동료를 가장 우선적으로 꼽았다. 그들은 자신의 힘듦을 알아주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큰 힘을 얻고 있었으며 동료들과는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또 그들은 어려움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이처럼 연구참여자인 소방공무원들은 가족, 동료 및 선배들로부터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며 이들로부터 공감과 위로를 통해 사망사고로 인해 경험하는 많은 어려움, 즉 스트레스, 두려움, 불안 등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는 동료들과 이야기하면서 많이 푸는 거 같아요. 서로 힘든 부분이 뭔지 말을 안 해도 서로 알고 같은 현장을 다녀와서 이야기하니까 공감도 되고 그렇잖아요. 현장 다녀오면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 ‘그때 힘들었다.’ ‘그때 이런 게 보기 안 좋았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많이 푸는 거 같아요. 같은 걸 공유했던 사람들이니까 공감 형성도 잘되고 하는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4)

3.10 직업적 소명의식 고취를 통한 극복 경험

연구참여자들은 자신의 일이 소방공무원으로써 국민을 돕는 일이라는 점을 늘 상기하면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장 큰 원동력으로 삼아 계속해서 어려움을 이겨나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그들은 사망사고 현장에서는 직업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사망한 사람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게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한 발 나아가 반복적으로 사망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것을 현장 대응 능력 향상의 계기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참여자들은 반복적 사망사고 출동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고취되고 있다고 하였다. 즉 이들은 반복적인 사망사고 현장 출동이 비록 고되지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보람 등으로 인해 소방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증진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저희가 사망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힘듦은 사람을 살렸을 때 느껴지는 그 기쁨으로 상쇄가 되는 거 같아요. ‘사람이 사람을 살렸어’ 이 희열은… 이런 게 더 큰 거 같아요. 사망사건으로 인해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이거보다 더 큰 행복이… 현장에서 맞닥뜨릴 행복감과 희열이 더 크니까..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연구참여자 8)

3. 논의 및 제언

본 연구는 외근직 소방공무원으로서 다양한 현장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는 경험으로 인해 겪게 되는 다양한 부정적인 심리·정서적 및 행동적 변화와 이를 극복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을 질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목적에서 수행되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소방공무원들은 나이, 근무경력, 담당업무 등이 서로 다르지만, 화재·구조·구급과 같은 현장 출동 부서 소방공무원으로서, 근무하는 동안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마주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사망사고에 대한 느낌, 대처, 이로 인한 영향 등에 있어 연구참여자 간에 다소 차이가 있긴 했지만, 이들은 모두 반복적으로 사망자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소방공무원들의 직업적 태도, 심리·정서적 상태 등에서 변화를 체험하였다. 덧붙여 이를 이겨나가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현장 근무 중 지속해서 경험하게 되는 사망자, 나아가 죽음이라는 현상에 관한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 면담을 분석한 결과 본 연구에서 소방공무원들의 반복적인 죽음 경험과 관련하여 총 10개의 본질적 주제가 도출되었으며, 구체적으로 ‘사망사고 현장에서 본인의 미숙한 대처로 인한 아쉬움과 미련’, ‘어찌할 수 없는 사망사고 현장에서의 안타까움과 미안함’, ‘두렵고 공포스러운 감정 경험’, ‘감정반응을 차단함’, ‘감정 불능의 경험’, ‘불안감의 확산’, ‘직면의 중요성 깨달음’,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 깨달음’, ‘가족·동료들의 공감과 위로가 주는 힘 경험’, ‘직업적 소명의식의 중요성 경험’으로 나타났다. 이 주제들은 모두 소방공무원들이 출동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자를 마주함으로써 겪게 되는 다양한 죽음에 대한 경험과 이로 인해 유발되는 심리 및 정서적 어려움, 공무 수행의 어려움,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나 태도 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및 결과로 이어지는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결과가 소방공무원 대상 기존 연구 결과를 재확인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양적 연구에 비해 질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본 연구는 소방공무원들의 고된 근무 여건과 출동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접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심리 정서적 어려움을 깊이 있게 살펴보았다. 즉, 양적 연구에 치중된 기존의 연구에서 벗어나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의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하여 질적 연구를 시도하였고 이를 통해 사망사고 현장에서 외근직 소방공무원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경험을 추가로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피해자들은 고통, 외상사건의 회피,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 정서적 둔마 등을 경험하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런 경험 외에도 소방공무원이 느끼는 아쉬움과 미련, 안타까움과 미안함 등의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의 반복적인 사망사고 경험으로 인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이를 이겨나가는 그들의 다양한 노력과 그 과정도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 참여한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사망사고를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 동료·가족 등과 같은 주변의 지지, 직업적 소명 의식이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주요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즉 반복적 사망사고 경험으로 인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모두 함께 살펴본 것인데, 이를 통해 사망사고의 반복적 경험으로 인한 일종의 외상이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도 작용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이것은 이와 비슷한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 극복에 관한 교육 및 정보제공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의의에 이어 본 연구가 가지는 몇 가지 제한점 및 그에 따른 추후 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현장 근무 중인 현직 소방공무원들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물론 현재 현장 출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사망사고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합당한 연구 대상이지만, 반복적 사망사고를 접한 후 나타나는 다양한 심리적, 정서적 문제는 퇴직 이후에도 경험될 수 있으며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관련 치료 및 상담이 현직 소방공무원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퇴직한 소방공무원이 이러한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실정이다. 또 퇴직하는 시점에는 체력적 저하, 동료와 같은 지지 자원의 부재로 인해 그동안 누적된 스트레스가 쏟아져 나올 우려가 큰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현직 및 퇴직 소방공무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수행됨으로써 보다 폭넓은 대상이 포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한다.
둘째, 본 연구의 대상자들은 반복적으로 사망사고에 노출되어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한국판 사건 충격 척도(IES-R-K) 테스트 결과 정상 범위(25점 미만)에 있는 자들로 어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사망사고의 반복적 경험을 이겨내지 못하고 보직 변경 신청, 휴직, 나아가 퇴직을 하는 예도 있고, 심한 경우 자살을 선택하는 소방공무원들도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반복적인 사망사고를 경험하고 그로 인한 다양한 심리적 및 정서적, 행동적 어려움을 겪고 이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어느 정도 회복을 경험한 소방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사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중재 및 개입 방안에 관한 연구가 추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의 결과는 반복적인 사망사고를 경험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심리 정서적 어려움의 내용과 깊이에 대한 경험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이 연구를 기초로 하여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선제적 또는 처방적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먼저 이러한 경험을 하고 극복한 경험이 있는 전 현직 소방공무원들이 동료들을 일차적으로 상담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에게 연계해주는 동료 상담프로그램 및 이와 관련된 직제 신설 등 제도적 측면의 연구가 추가로 이루어진다면,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의 정신건강 유지 및 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1천안의료원 내 위치한 소방공무원 전용 상담센터

Notes

1) 천안의료원 내 위치한 소방공무원 전용 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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