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증거물의 수집 및 보관 방식에 따른 잔류 유류성분 변화에 관한 연구
Variations in Ignitable Liquid Residue Components with Collection and Storage Conditions
Article information
Abstract
요 약
유류증거물은 화재조사의 핵심 단서로, 방화⋅실화 규명과 원인 해석에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전용 보관용기의 부족, 채취 지연, 장기 보관 등으로 유류성분 손실 위험이 크다. 본 연구는 다양한 바닥재, 보관용기, 수집 시점과 보관 기간을 조합한 시편을 제작하여 기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GC-MS)로 잔류 성분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유리병은 장기 보관에도 성분이 유지된 반면, 폴리에틸렌 지퍼백은 대부분 소실되었다. 특히 화재 후 3일 경과 후 채취한 시편은 성분이 빠르게 소실되어 초기 채취 지연의 영향을 확인하였다. 또한 카펫과 강마루는 구조적 특성으로 잔존성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휘발유, 경유, 등유, 시너 모두 지퍼백 장기 보관 시 성분 검출이 어려웠다. 본 연구는 유류증거물 관리의 과학적 근거를 실험적으로 제시하여 조사 지침과 제도 개선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Trans Abstract
ABSTRACT
Ignitable liquid residues are essential evidence in fire investigations, serving as critical clues for determining both arson and accidental fires as well as for interpreting fire causes. However, in practice, the lack of dedicated storage containers, delays in evidence collection, and long-term storage often pose the risk of compound loss. In this study, samples were prepared by combining different flooring materials, storage containers, collection times, and storage durations. The samples were then analyzed using gas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to evaluate the residual levels of ignitable liquid compounds. The results showed that glass bottles preserved the major components well, even during long-term storage, whereas most compounds were lost when stored in polyethylene zipper bags. In particular, samples collected three days after a fire incident, instead of immediately, exhibited rapid compound loss under exposure, demonstrating that delayed collection has the greatest impact on preservation. Substrate comparisons further revealed that carpets and wooden flooring exhibited relatively high compound retention owing to their structural characteristics. By contrast, gasoline, diesel, kerosene, and thinners commonly failed to retain detectable ignitable liquid residues when stored for long periods in zipper bags. This study provides scientific evidence for the management of ignitable liquid residues and is expected to support improvements in field investigation guidelines and institutional practices.
1. 서 론
유류증거물은 화재 현장에서 인화성 액체가 연소에 관여한 정황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단서로 사용된다. 이러한 증거물은 방화⋅실화 여부 판단, 화재 확산 원인 규명, 법적⋅행정적 책임 소재 결정 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화재조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제도적으로 강화되면서, 법적 증거로서의 유류증거물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과거보다 더욱 강조된다. 따라서 수집 단계에서부터 보관, 분석에 이르기까지 유류증거물 관리의 과학성과 재현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행 「화재증거물수집관리규칙」 (소방청 훈령 제277호)에서는 유류증거물 수집 시 인화성 액체의 증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NFPA 921 (guide for fire and explosion investigations)(1)에서도 유류증거물은 반드시 밀폐성이 높은 금속 캔, 유리병, 또는 특수 제작된 화재증거물 전용 나일론 백과 같이 국제적으로 검증된 용기에 보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해당 규정이 요구하는 수준의 관리가 완전히 실현되기 어렵다. 이상적으로는 전용 보관 용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전용 용기의 높은 단가와 공급의 한계로 인해 일부 소방서에서는 전용 용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대형 시료의 경우 이를 보관할 수 있는 적절한 크기의 전용 용기가 부재하여, 실제로는 지퍼백이나 비닐백과 같은 대체 용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나 이러한 간이 용기는 휘발성 성분 보존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분석 단계 이전에 주요 성분이 소실될 위험이 크다. 또한 다수의 화재가 연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감정 절차 지연으로 장시간 보관이 불가피한 경우, 특히 하계 시 고온 환경에서는 유류성분의 소실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화재 원인 규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현행 규정만으로는 이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유류증거물의 수집, 관리, 분석, 해석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보고되어 왔다. 우선 해외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유류증거물 기체크로마토그래프-질량분석기(gas chromatography-mass spectrometry, GC-MS) 분석 기반의 인화성 액체 분류 기준에 관한 표준인 ASTM E1618 (standard test method for ignitable liquid residues in extracts from fire debris samples by GC-MS)(1)과 이와 관련된 열탈착 기반 시료 추출 절차 표준 ASTM E1412 (standard practice for separation of ignitable liquid residues from fire debris samples by passive headspace concentration with activated charcoal)(2)과 헤드스페이스 전처리 방법 표준의 ASTM E1388 (standard practice for static headspace sampling of vapors from fire debris samples)(3) 등 이 제시되어 유류증거물 분석의 신뢰성과 재현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Hwang과 Choi(4)는 5종의 유류(메탄올, 휘발유, 시너, 경유, 등유)에 대해 바닥의 연소흔적 및 성분의 잔존성을 분석하였으며, Park과 Choi(5)는 일반카펫 방염카펫 내 유류에 대한 연소패턴 및 검지관의 변화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Han과 Lee(6)의 연구에서는 유류를 대표하는 5가지 성분(toluene, ocatane, o-xylene, decane, hexadecane)을 활용하여 비닐장판 내 유류의 보관시간 변화 및 보관용기별 유류성분의 잔존성을 비교하였다. 해당 실험을 통하여 유리병과 금속 캔이 비닐백 대비 유류성분 보존에 유리함을 설명하였다. 또한 Baerncopf와 Hutches(7)는 시료의 분석 전처리 과정 중 바이알 병 내 activated charcoal strip (ACS)에 흡착시킨 인화성 액체 성분의 장기 보존성을 보고하였다. 분석방법과 관련하여 Capistran과 Sisco(8)는 3가지 기질의 바닥재(카펫, 미처리 목재, 프라이머 도장 목재)에 대한 인화성 액체의 빠른 식별 기법을 보고하였고, Sudol 등(9)은 다양한 인화성 액체의 종류에 따른 크로마토그래프 패턴 및 분석 도구에 대하여 리뷰하였다.
이와 같이 위의 선행연구들이 보고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재현장에서는 대형 시료의 보관, 비전용 보관용기의 사용, 증거물 수집 지연 또는 장기 보관, 고온 환경(하계)에서의 시료 보관 등과 같은 문제가 지속 발생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들의 실험결과를 검증하고, 현장에서 수행되는 화재조사 과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현장의 다양한 변수(바닥재 종류, 인화성 액체 종류, 보관용기 형태, 보관시간 및 채취 지연)들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유류증거물의 수집 및 보관방식에 따른 유류성분의 잔류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다만, 실제 화재현장에서 수집되는 유류증거물은 현장의 특성에 따라 많은 변수(인화성 물질의 종류 및 보관량, 바닥재 화학성분 및 내부기공 구조, 주변 가연물, 발화지점 주변 구조, 연소시간, 화염온도 등)가 조합되어 생성됨에 따라, 해당 모든 변수를 고려한 실험은 한계가 있다. 또한 유류는 제조회사별 및 제조 후 시간변화에 따른 풍화작용(weathering)으로 구성성분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유류증거물의 변화를 대표하는 정형화된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화재조사관은 각자의 화재현장에서 현장의 특성을 살펴 스스로 판단할 수 밖에 없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수행된 유류증거물 실험결과에 대한 많은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 다양한 바닥재와 유류간의 연소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진 유류증거물 시료에 대한 실험결과가 유류증거물의 수집 및 보관방식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화재조사 관련 규정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 실험방법
2.1 실험 설계
본 연구는 유류증거물의 수집 및 보관 방식이 잔류 성분 보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세 가지 변수를 설정하였다. 즉, 바닥재 종류, 인화성 액체 종류, 보관용기 형태, 보관 시간 및 시료 수집 시간을 조합하여 실험군을 구성하였다(Table 1). 바닥재(기질)와 인화성 액체는 국내 화재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재료 중 대표성을 갖는 시료(Figure 1)를 선정하였으며, 보관용기는 Han과 Lee(6) 연구에서 가장 밀폐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테프론 코팅 마개의 유리병과 폴리에틸렌 지퍼백(SciLab polyethylene sample bag, 15 cm × 20 cm, t = 0.07 mm)을 비교 대상으로 적용하였다. Figures 1(a~d)에서는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유류증거물 보관용기를 보여주며, Figure 1(d)는 현행 규정에 부적합하나, 일반 현장에서 임시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비닐백을 보여준다.
2.2 시편 제작
각각의 바닥재는 10 × 5 cm 크기로 절단하여 시편을 제작하였다. 준비된 시편 표면에 정량피펫을 사용하여 1 mL의 인화성 액체를 균일하게 도포한 후 막대형 점화기로 점화하였다. 인화성 액체로는 에폭시 시너(KCC, 희석제), 휘발유(S-Oil), 경유(S-Oil), 등유(S-Oil)를 사용하였다. 연소는 바닥재 표면 전체가 30 s간 고르게 화염에 노출된 후, 물분무를 통하여 소화하였다. Figure 2는 시편 제작 과정에 대한 예시 그림이다. 본 연구에서는 모든 제작 시편에 대해 2회의 사전 반복실험을 수행하여 결과의 재현성을 확인한 후, 도출된 시험조건을 기반으로 본 실험을 진행하여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다만, 모든 시편의 데이터는 통계적 반복 수가 확보되지 못함에 따라 향후 정밀한 실험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2.3 보관 및 교차오염 방지
연소 및 소화가 완료된 시편은 즉시 준비된 보관용기에 개별적으로 담아 밀봉하였다. 각 시편의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된 용기인 유리병 또는 폴리에틸렌 지퍼백에 보관하였으며, 각 시료의 휘발성분이 상호 혼합⋅오염 않도록 충분한 간격을 유지한 채 별도 공간 또는 용기로 관리하였다. 수집 지연 시편은 소화 후 외부 대기 노출 환경을 모사하기 위하여(기상조건 calm, 풍속 < 0.5 m/s) 실험실 후드 풍속 0.4 m/s 상태에서 3일간 유지한 후 분석하였다. 전체 실험 과정 및 일반적 시료 보관 환경은 상대습도 약 50 ± 5%, 온도 22 ± 2 ℃의 조건에서 유지되었다.
2.4 분석 방법
보관이 완료된 시편은 ASTM E1412(2), ASTM E1618(1) 기준에 따라 전처리 및 분석을 수행하였다. 휘발성분의 추출은 활성탄(activated charcoal)을 활용한 수동 헤드스페이스 흡착(passive headspace adsorption)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각 용기 상부에 활성 카본 스트립(activated carbon strip)을 고정하고, 일정한 온도 조건(80 ℃, 16 h)에서 휘발성분을 농축시킨 후 펜탄 용매로 용출하였다.
추출된 용액은 PerkinElmer사의 Clarus 600 모델 GC-MS를 활용하여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리는 비극성 컬럼(30 m × 0.25 mm, 0.25 μm film thickness)을 사용하였고, 오븐 프로그램은 초기 40 ℃ (2 min 유지)에서 시작하여 분당 10 ℃ 속도로 200 ℃까지 승온 후 온도를 유지하였다.
2.5 장기 보관 모사 실험
유류증거물의 장기 보관 시 성분 변화 특성을 검증하기 위해, 30 ℃에서 80일간의 보관 조건을 가속열화 실험으로 모사하였다. 일반적으로 휘발성 물질의 소실은 온도에 따라 반응 속도를 증가시키므로, 아레니우스(Arrhenius) 방정식과 Q10이 활용된다.
아레니우스 식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K는 반응 속도상수, A는 빈도인자, Ea는 활성화 에너지, R은 기체상수, T는 절대온도(K)이다. 본 연구에서는 활성화 에너지 값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학적 열화 연구에 널리 적용되는 Q10 = 2 가정을 사용하였다. 즉, 온도가 10 ℃ 상승할 때마다 반응 속도가 약 2배 증가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30 ℃와 60 ℃ 조건의 반응 속도 차이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이를 적용하면, 30 ℃에서 80일 보관은 60 ℃에서 약 10일 보관과 유사한 효과를 갖는다. 기존의 선행연구에 따르면, 60 ℃ 조건에 노출된 휘발유의 풍화현상은 온도상승 시 저휘발성 성분의 증기압 증가율 상승으로 인해 전체적 성분의 증발이 균등화되고 휘발유의 상대적 조성이 유지가능한 것으로 보고하였다(10).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제작된 유류증거물 시편을 60 ℃ 항온조에서 10일간 보관하여 장기 보관(30 ℃, 80일) 조건을 모사하였다. 이후 동일한 전처리 및 GC-MS 분석(ASTM E1618 기준(1)) 절차를 적용하여 휘발성분의 잔류 특성을 평가하였다.
3. 실험결과 및 고찰
3.1 보관 조건 및 수집 시점에 따른 유류성분 변화
Figure 3은 모노륨 장판 표면에 시너를 도포한 후 화재 및 소화 과정을 거쳐 제작된 시편을 대상으로, 보관 조건과 수집 시점의 차이에 따른 유류성분의 변화를 GC-MS로 분석한 결과이다. 분석은 Figure 3(a) 즉시 수집 후 분석, Figure 3(b) 유리병 용기에 보관(가속열화(80일 모사)) 후 분석, Figure 3(c) 폴리에틸렌 지퍼백에 보관(가속열화(80일 모사)) 후 분석, Figure 3(d) 3일 지연 수집 후 분석의 네 조건을 비교 대상으로 하였다.
Effect of storage container and collection delay on thinner residues (Linoleum substrate). Total ion chromatograms (TICs) obtained by GC-MS for: (a) immediate collection/analysis, (b) glass-bottle storage for 80 days, (c) plastic-bag storage for 80 days, and (d) collection delayed 3 days prior to analysis. The samples were subjected to an accelerated aging test simulating 80 days. In each GC-MS chromatogram, the x-axis represents the retention time (min), and the y-axis represents the signal intensity.
먼저 GC-MS 분석 결과, 대부분의 시료에서 대표적인 방향족계 시너 성분인 ethylbenzene, 1,3-dimethyl-benzene, 1-ethyl-3-methyl-benzene, 1,2,4-trimethylbenzene, mesitylene, indane 등이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다만 시료별 수집⋅보관 방법 등에 따라 해당 성분들의 상대적인 농도차는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Figures 3(a)와 3(b)를 비교하면, 유리병에 장시간 보관된 시편에서도 주요 유류성분 피크가 뚜렷하게 검출되었으며, 즉시 분석한 시편과 비교하였을 때 특정 성분의 집중적 변화없이 전체적으로 모든 유류성분이 제한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테프론 라이너가 부착된 실링 마개의 유리병의 밀폐 구조가 휘발성분 보존에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이는 하계 시 비교적 온도가 높은 사무실 내 시료 보관 조건을 모사한 본 연구를 통해 유리병은 유류증거물 장기 보관에 적합한 용기임을 알 수 있다.
반면 Figure 3(c) 지퍼백 보관 시편에서는 가속열화(80일 모사) 시간이 경과함에 대부분의 유류성분이 소실되었으며, GC-MS 크로마토그램에서 특징적인 피크가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해당 실험결과는 Boegelsack 등(11)의 폴리에틸렌 포장재 내 인화성 액체의 빠른 증발 진행과 잔류물 감소 결과와 일치한다. 이는 지퍼백 소재의 높은 기체 투과성과 낮은 밀폐성에 기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심지어 Borusiewicz와 Kowalski(12)는 가열되거나 연소되지 않은 폴리에틸렌 포장재에서도 n-alkane이 포함된 휘발성 화합물이 검출가능하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결과는 현장에서 지퍼백을 보관 용기로 사용할 경우 분석 정확성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지퍼백에서 소실된 유류성분이 60 ℃의 가속열화 온도에 의해 폴리에틸렌 구조가 변형됨에 따라 유류성분의 급격한 기체투과성 증가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Flaconnèche 등(13)과 Papiernik과 Yates(14)의 논문을 보면, 폴리에틸렌 재질의 기체투과도는 온도 증가에 따라 60 ℃까지 수 배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동일 온도 조건에서도 유리병 대비 폴리에틸렌 지퍼백에서 유류감소가 수십~수백 배 이상 더 크게 나타났다(Table 2). 따라서 해당 차이는 단순한 온도 의존적 투과도 증가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는 폴리에틸렌 지퍼백이 고분자의 구조적 특성으로 기체 확산이 가능하여 유리병 대비 본질적으로 매우 높은 투과성을 가진 용기이기 때문이다. 동일 외부 온도에 노출되더라도, 유리병은 상대적으로 투과도가 매우 낮고, 폴리에틸렌 지퍼백은 재질 특성 및 지퍼백 구조(실링부, 지퍼 등)에 의해 휘발성 유류성분이 지속적으로 확산⋅손실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본 연구에서 관찰된 유류성분 소실의 주된 요인은 지퍼백의 60 ℃ 온도 노출에 따른 폴리에틸렌 구조의 변형보다는, 지퍼백 용기 재질의 근본적인 투과 특성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Scaled EIC Peak Areas (Max = 1.0) of m/z 91 and 105 from the All Thinner Chromatograms in Figure 4, Expressed as Relative Ratios for Cross-Substrate Comparison
Figures 3(a)와 3(d)를 비교하면, 채취 지연이 유류성분 보존성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졌다. 화재 직후 즉시 수집하지 않고 3일 경과 후 수집한 시편은 유리병에 보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성분의 소실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화재 직후 현장에서 휘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됨을 의미하며, 장기 보관으로 인한 손실보다 초기 채취 지연이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3.2 바닥재 종류에 따른 유류성분 변화
Figure 4는 서로 다른 바닥재(모노륨 장판, 카펫, 층간소음방지매트, 강마루)에 시너를 도포한 후 화재⋅소화 과정을 거쳐 제작한 시편을 대상으로, 보관 용기와 보관 시간, 수집 시점의 차이에 따른 유류성분 변화를 비교한 결과이다. Figures 4(a)~4(d)는 각각 모노륨 장판, 카펫, 층간소음방지매트, 강마루 시편의 분석 결과를 나타낸다. 또한 Table 2는 Figure 4에서 제시된 시너 연료 적용 크로마토그램을 대상으로, 대표 방향족 성분인 m/z 91, 105 (ASTM E1618(1))에 대한 selected-ion chromatogram (EIC) 피크 면적을 비교한 결과이다. 각 바닥재 조건(a1, b1, c1, d1)의 동일 성분 내에서 가장 큰 유리병 보관 실험의 피크 면적을 1.0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조건에서의 피크 면적은 이에 대한 상대 비율로 환산하여 바닥재별 잔류 차이를 정량적으로 비교하였다.
GC-MS TIC comparison of ignitable liquid (Thinner) residues across different flooring substrates under accelerated aging and collection delay conditions. Each substrate includes three conditions: (1) accelerated aging simulating 80 days in a glass bottle, (2) accelerated aging simulating 80 days in a plastic bag, and (3) collection delayed 3 days prior to analysis. (a1–a3) linoleum flooring, (b1–b3) carpet, (c1–c3) soundproofing (Interlayer noise-reduction) mat, and (d1–d3) wood flooring. In each GC-MS chromatogram, the x-axis represents the retention time (min), and the y-axis represents the signal intensity.
분석 결과, 모든 바닥재 시편에서 유리병 보관은 장시간이 경과하더라도 성분 소실이 최소화된 반면, 지퍼백 보관에서는 대부분의 성분이 소실되었다. 또한 즉시 수집한 시편과 비교하여 3일 지연 후 수집한 모든 시편은 유류 성분 소실이 뚜렷하였다. 이는 Figure 3의 결과와 일관되게, 채취(수집) 지연이 보관 시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Figure 4(b) 카펫 시편에서는 다른 바닥재와 달리 지퍼백 보관 조건에서도 일부 성분 피크가 일정량 검출되었다. 이는 카펫의 섬유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액상 유류가 융털 사이로 침투하여 기화가 억제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Black 등(15)은 다공성 기질(카펫, 목재 등)에서 유류성분 잔류율이 높고, 특히 pour pattern 중심부에서 유류 잔류 성분 농도가 높다고 보고하였으며, 본 연구 결과 역시 이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강마루(Figure 4(d)) 또한 표면 코팅층 하부의 틈새 공간에 일부 유류가 잔류하여 기화가 지연된 것으로 해석된다.
Table 2의 계산 결과를 정리하였을 때, 바닥재별 유류 잔류 정도는 “층간소음방지매트 < 모노륨 장판 < 강마루 < 카펫”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펫과 강마루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유류 기화를 지연시켜, GC-MS 분석에서 유류성분이 더 높은 농도로 검출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다만, 동일 종류의 바닥재도 회사별, 제품별 내부 구성 화학성분 및 기공구조 등에 따라 유류 잔류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여야 한다.
3.3 인화성 액체 종류에 따른 차이
마지막으로, 가장 성분 잔존성이 낮았던 조건인 가속열화(80일 모사) 지퍼백 보관 시편을 대상으로 인화성 액체 종류에 따른 차이를 검토하였다. 실험은 앞선 결과에서 상대적으로 잔류율이 높게 나타난 카펫 기질을 선택하여, 휘발유, 경유, 등유, 시너를 각각 도포한 후 동일한 화재⋅소화 과정을 거쳐 시편을 제작하였다. 이후 지퍼백에 가속열화(80일 모사)하여 보관한 뒤 GC-MS 분석을 수행하였다.
바닥재 점화에 사용된 인화성 액체별 주요 검출 성분을 비교하면, 휘발유 시편의 경우 알케인계 탄화수소인 octane, decane, undecane, dodecane 등이 관찰되며, 방향족 탄화수소로는 xylene, 1-ethyl-3-methyl-benzene, 1,2,4-trimethyl-benzene, 1,2,4,5-tetramethyl-benzene, mesitylene 등이 검출되었다. 경유 시편은 알케인계 탄화수소인 nonane, decane, undecane, dodecane, tridecane, tetradecane, pentadecane, hexadecane, heptadecane, nonadecane 등이 관찰되며, 방향족 탄화수소로는 xylene, 1-ethyl-3-methyl-benzene, 1-methyl-3-propyl-benzene, 1-ethyl-2,4-dimethyl-benzene, mesitylene 등이 검출되었다. 등유 시편의 경우도 경유 시편과 구성 성분이 유사하였으나, 분자량이 높은 알케인계 탄화수소가 경유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농도로 분석되었다. 시너 시편의 성분은 Figure 2의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다.
Figures 5(a2), 5(b2), 5(c2), 5(d2)의 결과에 따르면, 모든 인화성 액체에서 공통적으로 주요 성분의 소실이 높게 나타났다. 휘발성이 높은 휘발유⋅시너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분자량이 크고 휘발성이 낮은 경유와 등유조차 대부분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지퍼백의 낮은 기밀성이 단순히 저분자 성분 소실에 국한되지 않고, 중질 탄화수소류 역시 보존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GC-MS TIC comparison of ignitable liquid residues on carpet substrates under accelerated aging simulating 80 days, with different storage containers. For each ignitable liquid, two storage conditions were tested: (1) glass-bottle storage and (2) polyethylene plastic-bag storage. (a1–a2) gasoline, (b1–b2) diesel, (c1–c2) kerosene, and (d1–d2) thinner. In each GC-MS chromatogram, the x-axis represents the retention time (min), and the y-axis represents the signal intensity.
이러한 결과는 현장에서 지퍼백을 증거물 보관 용기로 사용할 경우, 인화성 액체의 종류와 관계없이 분석 신뢰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퍼백 보관 조건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인화성 액체라도 장시간 보관 시 성분 검출이 사실상 어려움이 확인되었다. 이는 현장 조사에서 지퍼백과 같은 비전용 용기의 사용을 지양해야 함을 명확히 시사한다.
4. 결 론
본 연구는 유류증거물의 수집 및 보관 방식이 잔류 성분 보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규명하였다. 주요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보관 용기의 영향: 가속열화(80일 모사) 보관 조건에서 유리병은 주요 성분의 패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폴리에틸렌 지퍼백은 공통적으로 대부분의 주요 유류성분이 상당량 검출되지 않음에 따라 증거물 보관 용기로서 부적절함이 확인되었다.
2. 수집 시점의 영향: 화재 직후 즉시 채취하지 않고 3일 경과 후 수집하여 분석한 시편은, 외부 노출로 유류 성분 소실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초기 개방된 환경에서의 유류성분 휘발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수집 지연은 장기 보관 과정에서의 손실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3. 바닥재 기질의 영향: 기질에 따라 잔류 성분 보존율이 달랐으며, 카펫과 강마루는 구조적 특성(융털, 코팅층 하부의 틈새)으로 인해 기화 억제 효과가 나타나 상대적으로 높은 잔존성을 보였다. 반면, 모노륨 장판과 층간소음방지매트에서는 소실 속도가 더 빨랐다. 이는 EIC 계산 비교를 통하여 본 연구에서 사용된 바닥재 재료 기준 층간소음방지매트 < 모노륨 장판 < 강마루 < 카펫의 유류 잔류 농도 순서를 보였다.
4. 인화성 액체 종류의 영향: 지퍼백 보관 조건에서는 휘발유, 경유, 등유, 시너 등 액체의 종류와 무관하게 대부분의 성분이 장시간 보관 후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지퍼백의 낮은 밀폐성이 분자량과 휘발성 차이에 관계없이 성분 보존을 방해함을 보여준다.
종합적으로, 유류증거물 보존성에는 보관 용기의 밀폐성, 채취 시점, 기질 특성이 모두 중요 변수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실제 화재조사 과정에서 비전용 지퍼백의 사용 및 시료 채취 지연을 지양해야 하는 실증적 근거를 제공하며, 나아가 현행「화재증거물수집관리규칙」및 실무 지침의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후 기
본 연구는 소방청 소방현장 활동지원 기술개발사업(2760000049)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